어렸을 적 아버지가 조그마한 서점을 운영하셨다.
내가 아직 코흘리개일때, 그러니까 21살정도까지 어렵사리 운영을 하시다가 결국 문을 닫으셨지만,
6평 남짓한 곳에서 문제집과 참고서를 납품하기도 하고, 손님이 구입한 책 한권 한권 포장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깊게 남는다.
그 이후, 거의 10년 정도는 서점과 멀리했었다. 뭐 기울어진 가업을 떠올리기 싫다라던가 하는 비장한 마음은 없었고, 그저 책을 잘 안읽었기 때문에...가끔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서 꽂아두기만 하고, 필요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읽었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작년엔 무려 한 해동안 55권의 책을 읽게 되었고, 동시에 크고 작은 책방을 구경하러 다니는 게 취미가 되었다. 어떤 책방이던 들어간다면 꼭 책 한권을 구입하거나 음료를 사먹고 나온다. 적은 소비이지만, 이런 책방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말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나의 책방시리즈 첫번째. 가장 기억에 남고 여운이 남는 서점이자, 첫 글로는 더할나위 없는 곳.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무려 3대째 운영하는 수십년 된 속초의 지역 서점이다. 독립서점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종합서점이라 처음엔 오랜 시간을 보내진 않을 것 같았는데, 점점 여기만의 매력이 파도치듯 넘실거린다.
규모가 생각보다 넓다.
그리고 규모도 규모지만, 전면에 큰 통창이 너무 눈에 띄는데...보자마자 든 생각.
어라 저러면 햇빛 때문에 책이 변색되지는 않으려나...?
서점에 들어가면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반긴다. 그리고 여느 종합서점이던지 눈에 띄기 쉬운 잡지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잘 나가는 매거진 B부터 시작해서 여러 잡지들이 보기 좋게 비치되어 있었다. 내 기억으론 잡지들은 비닐에 쌓여져 있어서 표지만 보고 고를수밖에 없었는데...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껄껄
잡지 섹션을 지나가면 취미 실용 도서들이 주제에 따라 비치 되어있다. 요리, 뜨개질, 여행, 목공 등등 취미생활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동아서점에선 책 검색을 따로 할 수도 없고, 같은 출판사별로 모아져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특정 주제로 사장님이 책들을 모아두셨는데, 이게 은근 독립서점의 큐레이팅 같은 느낌이 나서 좋았다.
아무래도 책을 구입하는 손님들은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이 많다보니, 그림책과 동화책도 제법 많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림작가님과 협업하여 아예 따로 섹션이 마련된 그림책들도 있었다.
서점이 꽤나 넓다보니, 넉넉하게 공간을 사용하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특별하게도 손글씨를 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난 물론 악필이라 시도도 해보지 않았지만, 앉아서 짧게 편지나 방명록을 쓰는 느낌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머지 공간은 빼곡하게 책으로 가득 차 있다. 없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거 같은 느낌. 오히려 검색 매대가 없다보니 책을 하나하나 살펴봐야해서 책이 더 빽빽하게 많이 비치된 느낌을 준다. 역시나 이 빽빽한 매대에도 출판사별이 아닌, 사장님의 기준으로 분류가 되어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옆에 있는 책들도 눈에 들어오게 된다. 마치 금속탐지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점점 끌리는 책 방향으로 다가가다 보면 내 맘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게 된달까..? 이게 이 동아서점의 매력이다.
그래서, 동아서점에서 구입한 책은?
맨 처음 서점에 들어와서 눈에 띄었던 잡지를 하나 구입했다.
기후 변화. 특히 지구 온난화에 대해 경고하는 잡지인데, 특별히 서울 편이길래 구입했다.
그럼 이것으로 나의책방시리즈 바로 첫번째. 속초 동아서점 끝!!
으로 하려고 했으나
잡지를 구입하고 나오던 중 계산대 앞에 있던 동아서점 섹션을 보게 되었다.
알고보니 동아서점 3대 사장님께서 직접 쓰신 책이 있다길래, 이건 못 참지 하곤 바로 구매했다. 심지어 어릴 적 아버지가 책을 포장해주셨던 방식 그대로 포장이 되어있길래, 이건 안 사고 배길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장님의 감사 문구까지...!!
이 책은 나의 2024년 책 중 TOP 5에 들정도로 감명깊게 읽었다. 서점집 아들로써 공감되면서 뭉클해지는 부분도 많았고, 사모님을 만나신 상황도 너무 낭만적이고 재밌었다. 정말 이 책은 추천..!!
진짜 이걸로 끝이다.
종합서점이지만 독립서점 같은. 그리고 여운이 강하게 남았던 책방. 속초 간다면 무조건 들려야 하는 곳으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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