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험과 공간/책방

책방시리즈#2. 팔당 능내책방. 북한강 자전거 길 근처에 위치한 소박한 책방.

by Paularis 2025. 1. 21.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 있다. 반팔이나 긴팔 하나만 입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런 날이 딱 그렇다. 

보통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가지만, 가끔은 낯선 풍경을 보며 페달을 밟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럴 때 가장 만만한 코스는 북한강 자전거길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건 인천 아라뱃길 코스이긴 한데, 그 코스는 완주를 목표로 달리게 되어서 생각보다 자주 안 가는 편이다. 기분 내는 게 아니라, 운동하러 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가까움에 소중함을 못 느끼는 걸 수도...

 

집에서부터 오롯이 북한강 코스의 끝인 춘천까지 가는 건 너무나도 도전적인 코스(편도 약 130km)라서, 단 한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다. 대신 팔당까지 라이딩한 뒤에 도너츠 한 상자 사서 집에 오거나, 팔당까지 지하철 타고 가서 춘천까지 라이딩하는 정도로 내 자신과 타협한다. 

 

어느 날은 내 자신과 더 극적인 타협을 했는데, 아예 팔당까지 지하철 타고 가서 그 근방에서 설렁 설렁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로 복귀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타는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 타는 여행'이지! 라고 합리화하면서 채비를 하고 나갔다. 당위성을 위해 , 북한강 자전거길 중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 코스인 능내역 근방에 있는 책방 하나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 이름은 바로 능내 책방


능내역에는 자전거 국토 종주 인증센터도 있어서 휴식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다. 본격적인 라이더들뿐만 아니라, 근방에서 자전거를 대여하신 분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팔당 즈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20-30분정도만 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나들이 느낌 내기도 좋다.

능내역은 폐역이지만, 관광 요소가 살짝 있다. 사진찍기도 좋다

 

능내 책방을 가기 위해선 오래된 기찻길을 건너가야 한다. 물론 기차가 지나다니지는 않지만, 사진 찍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서둘러 지나갔다. 

그렇지만 나도 찍었쥬?

 

능내역 뒤편에는 그 북적이던 사람들이 싹 사라지듯 조용하고, 여기로 가도 되나 싶은 길이 살짝 이어지다가 차도가 나온다. 바로 맞은편에 막국수 집이 하나 있고, 능내책방은 바로 그 옆이다.

막국수 맛있겠다

자전거를 타고 능내역을 지나간 것만 대여섯번인데, 왜 진작에 이곳을 찾지 않았을 까 싶었다. 자전거 길에서 멀지도 않고, 조용하고 옆에 막국수 집도 있고

초록초록 나무나무한 감성

 

지나가다가 책방이란 글자를 못 봤다면, 아기자기한 소품샵이나 화분가게로 오인할 만한 초록초록한 모습이 반긴다

오히려 책이 많지 않아서 구경하기 좋다.

독립서점답게 장서량이 많지는 않다. 일반 서점보다 매대를 시원시원하게 쓰는 편인데, 어떤 책이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더 차분히 내 취향의 책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림책이 매대에 상당부분 차지한다. 가족단위가 자주 찾는 곳일까? 사장님 취향일까?

 

밖에서 보았던 모습과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한 감성이 살아있다. 귀여운 그림책들도 많고,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책들이 많았다. 당연히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있었고, 어른들이 봐도 좋은 그림책들도 다수 있었다. 그림책을 하나 사갈까 하다가, 그림책은 부피가 커서 아쉽지만 패스...자전거를 타고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구경만 했다.

한켠엔 이런 소품도 팔고 있었다.

저런 여행 지도 같은 걸 사서 방에 걸어두는게 로망이었는데...막상 사면 뭘 할 것 같진 않다.

0123456
오늘도 여김없이 눈 여겨본 책들

 

독립서점에 오면 일단 매대를 꼼꼼히 살펴보며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찾아본다. 종합서점에는 너무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와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만 기웃거리다가 나오곤 하는데, 독립서점에선 큐레이션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서 모든 책장을 찬찬히 살펴본다.

 

보통은 이렇게 발견한 책들 중에서 하나를 사가곤 하는데 오늘도 역시!

 

그렇게 고른 `여행자의 식사`

세계 곳곳을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음식들을 그려서 엮은 에세이다. 음식이 나오면 사진찍기 바쁜 게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서, 이렇게 그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한게 신선했다. 글도 재밌고 가볍게 읽기 딱 좋았다.

 

이번 봄에 자전거 타러가는 김에 한번 방문하는 건 어떨지!!

책방시리즈 두번째. 능내책방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