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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준비] 02. 일정 계획. 모로가도 산티아고까지만 가면 된다.

by Paularis 2026. 7. 10.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고 말하면, 세 종류의 사람을 만난다.

1. (전혀 모르는 사람) 길에서 노숙하면서 걷는거야? 정해진 경로가 있어? 혼자가는건 아니지? 패키지로 가는거야?
2. (조금 들어본 사람) TV에서 봤어. 순례자들이 묵는 숙소가 있던데? 그런데 사람 많은 도시도 지나쳐?
3. (관심 있는 사람) 어떤 길로 갈꺼야? 며칠 동안 가?

한 알베르게에서 본 전체 여정. 오른쪽 Ostabat 즈음에서 출발하여 왼쪽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도달한다.


실제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다시 대화하면, 첫번째 질문을 던진 사람들은 다소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다. 본인들에게 순례자란, 밤이슬을 맞으며 노숙을 하고, 죽을 둥 살둥 쌩고생을 하며 걷는 사람인 줄 알았나보다. 내가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잘 자고, 잘 씻고, 잘 먹었다고 이야기하면 다소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두번째는 순례자를 황량한 광야나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외로이 걷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중간에 도시를 지나친다고 하면 그런 길을 순례길이라고 해도 되는거야? 라고 되묻는다. 서울만큼 메트로시티를 지나치지는 않지만, 주도로 꼽히는 팜플로나나 부르고스, 레온 같은 대도시를 방문한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나 보다.

부르고스 대성당 뒤에 떠오르는 햇살


나도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경로는 대단히 다양하다. 당장 나무위키를 찾아봐도 일단은 4가지인데, 가장 대표적이고 유명한 프랑스길, 그리고 2번째로 유명한 포르투갈 길도 있고,  그 밖에 은의 길, 북쪽길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어플을 찾아보면 이 외에도 영국길, 마드리드 길, 피스테라-묵시아 길 등 엄청 다양한 루트가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톨릭 신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관광 컨텐츠가 되어서일까.

점점 순례길이 늘어나는 것 같다.


나는 이 중에서 프랑스 길을 선택했다. 버킷리스트의 주인공이기도 했고, 가장 유명한 길이기도 하니까. 다른 길을 걸어도 충분히 만족했겠지만, 프랑스 길을 못 걷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에펠탑에 흥미가 없어도 파리에 가서 막상 에펠탑을 눈에 안 담고 오면 손해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현실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가장 유명한 길답게 순례자들을 위한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는 것.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부터 시작해서, 안내 가이드, 식당, 각종 편의시설과 서비스 등이 다른 어떤 길 보다 잘되어있다보니 첫 순례길로는 제격이었다.

생 장 피에드포르

프랑스 길. 정확히는 카미노 데 프란세스인데, 프랑스 남부의 생장 피에드포르에서부터 시작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르텔라까지 장장 779km를 걸어야 하는 길이다.

사실 단순히 프랑스길이라고 하면 살짝 어폐가 있는게, 카미노 데 프란세스가 프랑스 남부의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는 것뿐, 이밖에도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순례길은 다양하다. 가령, 르퓌에서 시작하여 생장피에드포르까지 가는 GR 65코스를 포함하여 4개의 장거리 하이킹 코스가 순례길과 이어진다. (첫번째 알베르게에서 사장님이 알려준 사실)

아무튼,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그냥 프렌치 웨이라고 부르긴 했다. 생각해보면 아무도 카미노 데 프란세스라는 풀 네임을 말하지는 않더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기념품 상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패치들.


대부분의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에서는 평균적으로 34일정도의 여정을 권장한다. 하루에 보통 20~25km를 걷는 셈.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이드일뿐 굳이 이 일정을 따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면 난 일정을 얼마나 잡아야할까? 일단 앞뒤로 각각 최소 이틀은 잡아야 한다. 출국에서부터 생장피에드포르까지 가는데만 이틀을 잡고, 도착지인 산티아고에서 하룻밤은 묵고 한국으로 돌아와야하니 이틀을 또 빼야한다. 그렇게 되면 표준 가이드대로 따졌을때 총 38일. 나에게 주어진 날은 딱 30일정도라서 이렇게는 갈 수 없었다.

나는 하루에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내 다리는 하루에 몇 km까지 버텨줄까? 연속해서 20km이상 걸어본적만 몇 번 있었고,가장 최근에는 2024년 한강 나이트워크 하프를 걷기도 했다. 하루만 고생하면 되고 무엇보다 짐이 없었으니,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야하는 순례길을 고려했을때 쉽사리 호기로운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가볍게 짐을 꾸리거나 미리 짐을 보내는 경우도 있어서 순례자들의 배낭은 천차만별이다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목표를 정했다. 평균적으로 거리는 하루에 30km. 시간으로 따지자면 고도가 고려된 구글맵 기준으로 하루에 8시간 정도 걷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준비 기간 동안 훈련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해두면 하루에 30km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총 거리를 토대로 산술적으로 계산을 해봤을 때 딱 26일. 중간에 변수가 없다는 가정하에 출국 귀국 일정을 포함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과연 내가 26일동안 매일 30km씩 걸을 수 있을까? 컨디션이 하루라도 삐끗하면 완주는 고사하고 어디 한군데 다쳐서 돌아올 텐데…그래서 최소한 이틀정도의 버퍼는 두고 싶었다. 딱 이틀 정도만 절약하면 좋을 거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스부터 레온까지, 일명 메세나 평원이라는 곳은 점프 한다고 한다. 계속 걸어도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어 지루하기 때문일까, 부르고스에서 버스를 타고 레온까지 간 다음에 나머지를 이어서 걷는 사람이 많다. 마찬가지로 나도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메세나 평원을 스킵할까 했으나, 첫 산티아고 순례길을 어떻게든 빠짐없이 풀코스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한국 아님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자전거를 탈까? 자전거 순례자의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 관련 가이드북과 인터넷에 정보가 꽤나 많았다. 심지어 딱 부르고스에서 자전거를 빌리면, 레온을 지나 아스토르가까지 약 200km를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바로 이거다!

자전거여행도 여러 번 경험있던 나에겐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추가 요금이 들기야 하겠지만 하루 여비를 계산하면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나에겐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었다.

결국 자전거를 탔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렸다. 내 산티아고 순례길은 총 3부로 진행된다.

1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부르고스까지 걸어서 10일.
2부: 부르고스에서 아스토르가까지 자전거 타고 4일.
3부: 아스토르가에서 산티아고까지 다시 걷는 9일.

2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완주하리라는 목표를 두고 세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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