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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준비] 04. 순례자들의 마을. 어디서 멈출 것인가

by Paularis 2026. 7. 14.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걷는다는 건, 몇십 가구만 사는 작은 마을을 포함하여 150개정도의 마을을 지나친다는 뜻이다. 스페인이 낯설어서 그렇지, 우리나라의 읍,면,리 마을을 지나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화 속 마을 같았던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그 많은 마을들 중에서 순례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곳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가이드 북의 루트를 벗어나더라도 상황은 비슷한데, 순례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대체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숙소 선택지가 다양하거나, 식당이나 마트가 충분해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기 수월하거나 혹은 터미널이나 병원처럼 비상 시에 필요한 인프라가 있는 도시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에는 늘 이유가 있다.

한창 축제 중이던 대도시 팜플로나


나는 일단 역사적이나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도시거나 매력적인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에 머무르고 싶었다. 꼭 대도시가 아니여도 괜찮았다. 대도시보다는 작은 마을에서 고즈넉한 순례길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많은 가이드북에서는 대표적인 도시들 위주의 설명만 있었고, 간혹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는 소도시의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대신 나에겐 챗지피티가 있었다! 먼저 챗지피티에게 산티아고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마을들에 대해 물어봤다. 숙박정보라던가 최신 정보는 그때 당시의 챗지피티로는 한계가 있었지만, 대략적인 마을의 분위기와 역사적인 사실들을 훑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든든한 도움이 되었던 챗GPT


가이드북과 각종 블로그, 그리고 챗지피티로 어떤 마을들에 마음이 가는지 점찍어뒀다면, 이제 현실적으로 하루에 이동가능한 만큼 코스를 짤 차례. 단순히 거리뿐 아니라 경사까지 고려해야해서 구글맵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다.구글 맵이국내에서는 신통치 않지만, 해외 도보 경로는 수십 km여도 잘 안내해주고 경사까지 고려해서 예상 시간을 산출해주니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기준은 하루 최대 8시간을 걷는 것. 짧게 걷는날은 4시간이었지만, 하루 평균 8시간 정도는 열심히 걸어야 주어진 기간내에 완주를 할 수 있을 듯 했다.

고도를 포함한 대략적인 산출. 휴식시간 포함하면 대충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경유지들을 선정할 때 고려했던 이유를 정리하자면, 일단 일정 내에 걸을 수 있는 정도의 최대 거리. 그 근방에서 묵고 싶은 알베르게가 있는곳. 반나절은 도시에서 머물면서 구경하고 싶은 곳 정도였다. 식당이나 마트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사람 사는 곳인데 먹을 건 있겠지 싶어서…대신 구글맵에 각 마을마다 식재료를 파는 곳이나 마트들을 미리 찾아두었다.

추가로 각 도시의 특성에 따라 출발시간을 고려했다. 대도시라면 새벽에 출발해도 불빛이 많아 안전할 듯 했고, 깊은 산 속이라면 아무리 헤드 랜턴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그런 변수들도 고려했다.

약 1,000개 정도의 장소를 저장하고 준비했다.


나보다 먼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은 내 지도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셨다. 뭘 이렇게까지 준비해가냐며.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순례길을 걸으면서 코스를 수정한 적이 몇번 있었다. 도저히 그날 컨디션으로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거나, 내가 의미를 두었던 곳이 사실 그다지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였다 거나 등…그래도 미리 미리 잘 찾아둬서 플랜 B, C로 트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3부로 나눈 이 일정은 꽤나 빡센 편이긴 했다.

1부: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부르고스까지 약 350km 10일만에 걷기
2부: 부르고스에서 아스토르가까지 약 220km 4일동안 자전거 타기
3부: 아스토르가에서 산티아고까지 약 250km 9일동안 걷기

그래서 이 일정을 무사히 완주하기 위해, 출발 3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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