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2일. 아니, 사실은 21일 밤.
비행기 출발이 22일 오전 1시 20분이어서, 전날 밤 10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출발편이니 사람이 별로 없을테지만, 미리 수속을 끝내고 라운지에서 쉬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늦은 밤이라 일하는 직원분도 많지 않아서 수속이 무척 느렸다. 이 시간에 한 시간 넘게 걸릴 줄 누가 알았겠나. 줄에서 꼬박 기다리느라, 배웅 나오신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보내드렸다.

라운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외여행도 오랜만인데다가, 카드 혜택이 아니었다면 라운지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 드넓은 인천공항에서 스카이허브 라운지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겨우 라운지를 찾은 시각은 오후 11시 40분. 그런데 자정 즈음에는 정산 시간이라 입장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건 여러 후기에서도 못 봤던 상황인데…24시간 운영에, 브레이크 타임까지 체크하고 왔단 말이다! 가뜩이나 넉넉치 않은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결국 그야말로 라운지 구경 정도만 할 수 밖에.


자정이 조금 지나서 들어간 라운지는 내가 상상했던 느긋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끌벅적한 심야 라운지에서 30분동안 음식 맛만 보고 나왔다.














한창 케데헌이 인기가 있었서 그랬는지, 다른 음식은 안 먹어도 컵라면을 찾는 외국인들이 더러 있었다. 근데 나라도 비행기 타기전엔 가볍게 컵라면 하나 정도 먹긴 할 듯

1시 20분 이륙이지만 게이트에 12시 50분까지는 가야했다. 나의 첫 라운지는 이렇게 끝.

카타르 항공의 이코노미 좌석은 존을 4개정도로 나누고 각 존마다 입장시키는가보다. 아마 끝에부터 앉혀야 사람들이 덜 기다리고 빠른 이륙을 할 수 있어서 일까. 큰 체감이 되지 않긴했다만.

장거리 비행이 거의 10년만이라서 모든게 신기했다. 아니 언제부터 디스플레이가 이렇게 좋아졌지. 예전엔 화질이 너무 구려서 영화 보다보면 멀미가 나올 것만 같았는데, 아이패드 화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종류도 제법 다양하고, 한국 영화도 더러 있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비행기 밖 시점이 다양해서 멍하니 보는 재미가 있었음.







카타르항공에서는 과일식이나 비건식 같은 특별 기내식을 미리 신청할 수 있다. 아쉽게도 비행기에 탄 뒤에야 알았다. 결국 평범하게 일반식을 먹었다. 새벽 비행기라 그런지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잠들라는 듯 객실 조명도 곧 어두워졌다.


나쁘지 않은 기내식을 먹고, 미션 임파서블도 보고, 잠들기도 하면서 약 10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비몽사몽한 상태로 도하에 도착.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 유명한 허브 공항이라 유튜브에서도 여러 번 본 곳이다. 환승 구역은 무척 넓었고, 온갖 상점과 식당, 나름의 랜드마크들이 이어졌다.

면세점 쇼핑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여타 다른 공항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고급진 쇼핑몰에 온 느낌이랄까..?



공항이 워낙 넓어서 환승 구역 내부를 오가는 무인 열차도 운행하고 있었다. 이 열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다른 구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가장 특이했던 곳은 명품 매장 근처에 있던 대형 실내 정원 ‘디 오차드(The Orchard)’였다. 실제 나무와 식물이 가득한 열대정원처럼 꾸며져 있었고, 주변에는 환승객들이 누워 쉴 수 있는 자리와 텐트처럼 생긴 휴식 공간도 보였다.




언감생심인 명품 구역을 지나면, 식물원 같은 곳이 나온다.



사람들이 너무 무방비하게 누워서 쉬고 있길래, 누가 가방을 훔쳐가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외국에 나오니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져서 일까. 하지만 뭐 다들 장거리 이동에 지친 환승객들이라 주변 신경을 쓰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마땅히 누울 자리를 잡지 못했더라도, 간간히 보이는 예술 작품 덕분에 지루할 틈은 없다.


잠시 공항을 둘러본 뒤 다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타자마자 나온 아침 기내식. 카타르 항공의 기내식은 전반적으로 나랑 잘 맞는듯하다. 맛있었다.

인천에서 출발할때는 한밤중이라 창 밖 구경을 못했지만, 이제 해도 떴겠다. 괜히 창 밖도 구경해본다.

다시 6~7시간을 날아 도착한 파리.
희한하게 공항 내부에 온갖 나라의 풍경을 자국에서도 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 배너가 떠오르게 되는 그런 풍경.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려면 먼저 공항철도역이 있는 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때 공항 터미널과 철도역을 연결하는 무료 무인 열차 CDGVAL을 탔다. 무작정 표지판에 지하철이나 기차 표시된걸 찾아서 직진하다보니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이 열차는 마치 신분당선 마냥 무인운전하더라.



찐 공항철도 플랫폼에 도착한 뒤 공항철도인 RER B를 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구입했다. 공항철도 가격은 13유로였고, 교통카드인 나비고 이지 카드 가격은 2유로. 도합 15유로를 지불했다.


RER B를 타고 파리 시내로 들어간 뒤에는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탔다. 지하철표를 별도로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공항 티켓에 지하철 환승도 포함되어있던 모양이다.

어느 방향을 가야할지 잠시 헤멨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열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주변 눈치를 보며 캐리어를 꼭 붙잡고 앉아 있었다. 그 유명한 파리 소매치기가 무서워서…그러나 막상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외국에 나오면 쉽사리 관심을 끌지 않는 모양이다. 문득 독일에 갔을 때 현지인이 나에게 독일어로 락커 사용법을 묻던 게 생각났다. 흠
어쨌든 말로만 듣던 파리 지하철을 타고 지상으로 나왔다. 지하철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올림픽의 효과가 아직도..?

좁은 계단을 비집고 올라오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엽서에서 본 듯한 파리 풍경이 펼쳐졌다.

숙소까지는 세느강변을 쭈욱 따라가면 됐었기에, 캐리어를 질질 끌며 파리가 익숙한 듯이 걸어갔다.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다행이다.

짧은 파리 일정동안 방문할 생트샤펠과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을 지나쳤다. 6년 전 노트르담 대성당에 불이 났던 걸로 기억하는데...다행히 복원되어서 미사도 드리고 관광객도 구경할 수 있는 모양이다.

본격 여행기의 분량 조절 실패......
그래도 인천부터 파리까지의 정신없음이 포스팅에도 담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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