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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게임 로그

다위니아 Darwinia - 스팀에 출시된 첫 인디 게임

제작사: Introversion Software(영국)

출시일: 2005년 7월 14일(스팀)



한 때 뉴스만 틀면 나오던 한 사람이 있었다. 

20년 전에 인공지능 콘솔을 만들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Sepulveda 박사. 그 당시에는 시대를 앞선 혁신이란 칭찬까지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치켜세웠던 엄지 손가락은 접혔고, 날카로운 손가락질만 받게 되었다.

실패한 상품의 재고는 쌓여만 갔고, 이렇게 또 하나의 화젯거리는 한 회사의 부도와 함께 조용히 사라지는 듯했다. 

박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박사는 한 창고를 빌려 연구를 계속했다.

어느 날 무심코 콘솔들을 연결해 실험을 하던 도중, 인공지능 기기들이 서로 공명하는 것을 발견했다. 

박사는 이 콘솔들을 연결하면, 하나의 가상 세계와 인공지능 디지털 생명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박사는 실패한 개발자가 아니다. 이젠 다위니아라는 한 가상세계와 그 주민들인 다위니안들의 창조주다. 

이제 재기할 날만 남았다. 이 가상 세계를 테마파크로 꾸며 자랑스런 창조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 게임 시놉시스


스팀(Steam)에서 게임을 구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라이브러리에 들어있는 낯선 게임들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A라는 게임을 사고 싶어 기웃거리다가 번들 상품의 할인 가격을 보고 덜컥 지르는 경우다. 이 게임이 그랬다. Prison Architect만 사려다가 Introversion complete pack을 산 경우니까…


Dawinia 라니? 이름이 당돌하다.

Darwin은 진화론을 설파한 찰스 다윈에서 따온 것을 보인다. 다위니안(Darwinian)이란 단어는 다윈설을 믿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가상 세계의 창조주지만 불완전한 인간으로써 가지는 감정과 예기치 않은 실수, 창조물인 디지털 생명체들이 갖는 믿음, 타락, 구원 등이 스토리의 주 내러티브다. 진화론의 이름을 내걸고 창조론식의 스토리텔링을 하는게 아이러니 하지만, 가상 세계라는 미명하에 이야기가 어찌어찌 굴러간다.


사실 이름이 특이하건 말건, 수많은 게임 라이브러리 속에서 이 게임을 고른 이유는 딱히 뭐 별거 없다. 이 당시 용량이 큰 게임을 설치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작지만 개성 있는 인디 게임들을 찾았다. 라이브러리에서 작은 용량부터 찾아보니…이 게임은 겨우 87MB. 요즘 시대에 무슨 이 정도 의 게임이 다 있나 싶었다. 다른 이유 하나도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게임이었기에 화려한 그래픽이나 수준 높은 게임 구성은 기대하지 않았다.


역시나. 투박했다.



다짜고짜 싱글플레이가 시작된다.(나중에 이 개발사 게임들을 해보니, 대체로 이렇다…마음의 준비를 갖출 새도 없이 시작된다. 아마 현실과 게임의 거리를 좁혀보려는 시도인지도 모른다.) 


플레이어는 우연히 어떤 박사의 개인 프로젝트에 접속하게 된다. 그 곳은 박사가 창조한 ‘다위니아’라는 가상 세계였고, 그 곳의 주민들인 ‘다위니안’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바

이러스들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어떠한 의사 표명도 하지 못한 채 박사를 도와 이 가상 세계를 정화해야 한다.


불친절한 설명(이것 역시 이 개발사의 전통인가 보다)과 불편한 조작감에 당황했지만, 싼맛에 하는 거지…그럼 그렇지…그러려니 하며 클리어는 했다. 엔딩 보고 혹시나 싶어 스팀 정보를 뒤져보니 배포하는 메뉴얼이 있더라(http://www.darwinia.co.uk/extras/manual/DarwiniaManual.pdf?l=koreana&cc=ET&os=windows). 여기에 박사의 정체와 세계관. 조작설명 등이 있다. 하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마우스 제스쳐를 써서 조작하라는데, 잘 안된다. 포기했다.



10개 정도의 챕터가 있는 싱글플레이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다른 RTS 게임, 가령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와 달리 자원의 제약이 없이 계속해서 유닛을 생산할 수 있다. 그저 제한된 인구수만 있을뿐. 이말인즉슨, 제한없이 생산이 계속 가능하니까 웬만해선 패배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전체적인 그래픽은 독특하다. 투박하다고 할까? 한 개인이 만든 세계다운 그래픽… 정교한 그래픽이 아닌 점이 스토리와 부합한다. 작은 개발사에서 인디 게임의 한계를 게임 특성에 맞춰 잘 살렸다. 만약 심X 같은 3D 디지털 생명체들이 돌아다닌다면, 스토리와 게임이 별개가 되버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쉽다. 진행할수록 어려워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 조작이 상당히 불편한데, 직관적으로 화면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답답하다. 

물량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유닛 하나 하나의 컨트롤이 중요한데, 이 답답함이 컨트롤마저 힘들게 한다. 적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자유분방한데, 아군 유닛은 갓 걸음마 뗀 아이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 밖에 사운드 볼륨 조절이 없다는 거나…전투 기능 밸런스가 별로라거나…영어가 어렵다라거나…갖가지 단점은 있지만 뭐….한마디로 불편하다.

 

이 ‘다위니아’라는 게임을 떠나 Introversion Software라는 개발사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게임 시작 메뉴가 없다.(지금 4갠가 밖에 안해봤지만…)

게임은 다짜고짜 시작해서 유저를 당황하게 하지만, 유저와 게임 그리고 현실 간의 거리를 상당히 좁혀주는 듯 하다.

다위니아에선 정말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박사의 프로젝트에 진입한 것처럼

Uplink에선 정말 플레이어가 해킹 집단에 가입한 것처럼

Prison Architect에선 정말 교도소 소장이 된 것처럼(응?)…(DEFCON은 아직 안해봐서 모르겠다.)

이 게임의 멀티전용 후속작인 Multiwinia라는 게임마저 그렇다. 

본작 엔딩에서 박사는 자신이 창조한 다위니안들이 사람들처럼 서로 싸우고 반목하진 않을까 걱정하는데…결국 이 후속작에서 다위니안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운다.


작은 개발사의 한계가 빚어낸 한계인건지, 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다위니아, DEFCON, 멀티니아, Uplink 그리고 최근에 대박난 Prison Architect 같이 이 개발사만의 개성 넘치는 게임이 탄생했다. 


앞으로 계속 꾸준하길


불친절하고 불편하지만, 개성 넘치는 게임! 어쩌다 라이브러리에 있으면 한번쯤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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