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tion
개발사: supergiant games
출시일 : 2011년 8월 16일
몇 년 전만 해도, 최신 게임들은 왜 고사양의 FPS 장르일까 생각했다. 다 판에 박힌, 거기서 거기인 게임으로만 보였다.
진부해 보였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결국엔 비슷한 인터페이스, 비슷한 플룻, 비슷한 시스템에 수렴하는 듯 했다.
유독 눈에 띄는 건 향상된 그래픽 정도…지나치게 높은 사양들 때문에 사실 나는 실제로 그 게임들을 해보지는 못했다.
솔직히 당당히 실망할 자격이 없긴 하다. 당시 고사양의 컴퓨터를 가지지도 못했으니, 인터넷에 올라온 플레이 영상 일부만 보고 실망했던 거니까.
마치 포도를 먹지 못해 정신 승리하던 여우처럼 바라만 봤던 거니까.
그렇게 화려한 그래픽만을 강조하는 게임들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마음 한 구석엔 고사양의 게임을 하지 못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1회차 클리어하고 외장하드에 백업해놨다가 리뷰쓰려고 다시 복원하니까 세이브 파일 복구가 안되고 한국어 패치도 잘 안되서 그냥 급하게 스크린샷만 두장 찍었다 ㅜㅜ
이 개발사의 게임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뭐 그래봤자 후에 나온 Transistor랑 이 게임만 해봤지만서도...
좀 전에 말했던 거처럼 동화같은 그래픽. 몽환적인 분위기. 알 듯 말 듯 한 스토리, 귀를 즐겁게 해주는 OST 등이 그런데, 그 중 제일 여운이 남는 요소는 바로 스토리.
상당히 불친절하다.
스토리 라인은 분명한데, 오로지 나레이션과 게임 진행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알음 알음 이해해야 한다.
나레이션이 설명을 장황히 늘어 놓지도 않는다. 마치 세상 만사를 다 깨우친 할아버지 마냥 ‘옛날엔 그랬단다 허허. 너도 알겠지?’라는 식으로 읇조린다.
쿨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나레이션 덕분에 멍하니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아 그냥 그런가 보다' 그냥 전투만 열중하면 문득 '그래서 왜 이렇게 됐다고?' 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저 멀리 비치는 등대의 빛만 바라보며, 안개가 자욱한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랄까. 동화 같은 그래픽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결국 독특한 인상으로 남는다.
Bastion 하면 떠오르는 그윽한 인상으로.
파괴된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개성 넘치는 다양한 무기, 규칙적인 몬스터, 잘 짜인 게임 시스템은 이 게임이 액션 어드벤처 장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준다. 자칫 쉬워질 수 있는 난이도도 ‘우상 숭배’라는 특유의 게임 시스템으로 보완하는데,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자극시키는 동시에 세계관과 잘 맞물려 생뚱맞지 않다. 게임 외적 요소가 될 수 있는 레벨링 시스템과 도전 과제를 세계관 속에 잘 버무려 놓았다.
주인공 이름은 ‘소년’이다.
다른 주요 인물들은 이름이 있음에도, 정작 주인공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름이 없는 소년은 홀로 망치를 쥐어 잡고, 파괴된 세계를 복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정작 이름 있는 사람들은 소년을 돕기 보단, 드러난 진실을 두고 서로 싸운다.
이 세계에 빚을 진 적이 없는, 불운한 과거가 있는 소년만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세계의 운명을 결정 짓는 건 소년의 선택이 된다.
…시국이 어려운 마당에, 잠시 지나친 상념에 빠져보았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무겁게 끝냈던 게임. 어른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해보자
아이폰에도 출시됐다. 5.49달러.
이제 구글 이미지 Bastion 치면 오버워치 바스티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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