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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게임 로그

로그 레거시(Rogue of Legacy) -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열 받아가며 했던..그런 게임

개발사: Cellar Door Games

출시일: 2013년 6월 27일


어떤 게임을 하면서, 처음 잡아본 게임을 한번에 엔딩까지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수많은 Game over 화면을 마주하며 다다르는 게 엔딩이니까, 

만약 매번 캐릭터가 살아있다면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짓기 위해선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거라 볼 수도 있겠다.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 마냥 같은 모습의 캐릭터가 같은 대사를 하면서, 

지난 죽음을 기억하지 못해서 그렇지…


어렸을 적, 학교 앞 문방구엔 100원짜리 오락기가 있었다. 학교가 파하면 항상 학생들로 붐볐고, 골목마다 그런 조그마한 간이 오락기를 찾기 어렵지 않았다. 학생들은 100원짜리 캐릭터의 목숨을 사서 집중해서 게임하곤 했다. 그러다가 PC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가정용 PC가 보급화되면서 자연스레 오락기와는 멀어졌던 것 같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뭐 어찌됐든 이따금씩 그런 게임들이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로그레거시는 이런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특징이라면 로그라이크류란 건데, 한 번 죽으면 끝인, 그런 잔인한 장르다. 오락하는데 100원밖에 없는 상황이랄까…아니, 돈이 더 있어도 이어 하지 못하는게 맞겠다. 게임을 하던 도중에 저장/불러오기를 못하는 데다가(‘이어서 하기’는 있지만,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는 ‘불러오기’는 없다) 캐릭터가 레벨업하는 게 아닌 게이머가 레벨업하게 되는 높은 난이도가 자랑인 장르다. 


뭐, 이 게임은 완전히 로그라이크는 아니다. 캐릭터가 죽으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던전에서 모은 돈으로 다음 캐릭터를 위해 능력치를 올리거나 새로운 직업을 해금한다. 일종의 유산을 물려주는 거랄까. 그래도 캐릭터보다 게이머가 레벨업하는 난이도는 여전하다.


그럼 몇 번 하다보면 금세 클리어하는 게임이 아니냐고? 캐릭터가 플레이한 맵은 항상 무작위로 초기화 된다. 맵의 전체적인 지역 분포는 동일하지만, 몬스터와 함정의 수나 위치 같은 모든 맵의 구조는 바뀐다. 마치 도미노를 쌓는 것처럼, 실패하면 처음부터 시작이다. 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맵을 고정할 수 있긴 하다. 


구구절절하게 초반부를 쓴 이유가 바로 이부분인데… 다음 캐릭터는 설정상, 죽은 전 캐릭터의 자손이다. 새로 시작할때마다 이전 세대가 살았던 시기와 모습이 가문표처럼 나오고, 심지어 엔딩을 보면 도전했던 캐릭터들이 쭉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데…이 가문의 노고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플레이가 그대로 남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낱 데이터일 뿐이지만, 그래도 뭐....



조작법은 단순하고, 게임은 어려운데다가, 여러 가지 직업들과 특이한 유전병 특성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며 하나씩 하나씩 알게되는 간략한 스토리 라인도 뭐, 괜찮다. 엔딩보고 다시 시작하는 2회차, 3회차는 더더욱 난이도가 높아져서 도전하고픈 맘도 계속 생긴다. 


신선하고 피식 하게 되는 로그라이크 액션 플랫포머 게임.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인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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