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컴퓨터 사양이 썩 좋지 않았다.
뭐, 물론 맘 편히 게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젠간 좋은 컴퓨터로, 풀옵션으로 돌려 보고 싶던 게임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크라이시스.
크라이시스의 상징. 나노슈트
근섬유가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이 포인트
2007년 11월에 나온 게임인데, 안타깝게도 그 시기에 함께 나온 게임이 바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였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일까,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임들은 모던 워페어의 아류작처럼 보였다.
죄다 현대, 미래를 배경으로 한 FPS이기도 했고…
하지만 인터넷에서 크라이시스 1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는 나중에 꼭 풀옵션으로 해야지! 라고 마음 먹었다.
그 당시 그래픽 사양의 정점을 찍은 이 게임은 이거 실사 아니야?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정도 그래픽은 흔해져버렸지만, 10년이란 세월을 생각해봤을 때 그래픽만큼은 여전히 놀랍다.
이제서야 돌려 보는 풀 옵션 그래픽. 현재 나오는 게임들에 꿀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높았던 그래픽이 진입벽이 높였던 탓일까, \
그 때는 ‘그래픽만 좋은 게임’, ‘제작사가 극단적으로 그래픽만 추구한 게임’이라는 소리만 들었던 듯 하다.
스토리가 좋다던가, 게임성이 좋다던가 하는 소리는 못 들었다.
아니, 도리어 게임성은 별로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면 과연…?
UI도 나쁘지 않다.
FPS를 개발할 때, 혹은 플레이 할 때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UI.
미니맵이라던지, 체력이라던지, 남은 탄알이라던지를 어떻게 유저에게 보여줄 것인지도 중요한 요소이다.
여타 다른 FPS는 그냥 화면 한쪽 구석에 모조리 표시해버린다.
유저에게 그저 ‘필요한 정보’만 표시해줄 뿐이다.
뭐, 크게 신경 안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비슷한 UI를 유저에게 자연스레 납득시킨다.
바로 ‘나노슈트’로.
나노슈트의 다양한 능력.
하지만 정작 쓸 일은 많지 않은 능력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첨단 슈트라는데 왜 이리 약한지…아이언맨은 총알 튕겨내던데
작중에 등장하는 나노슈트는 주인공이 항상 입고 다니는 첨단 슈트다.
당연히 주인공은 유저가 조작하고, 1인칭 FPS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관점에서 보면 화면에 나오는 UI는 나노쇼트가 보여주는 화면일 뿐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슈트의 도움으로 적을 인식하고 추적하는 것처럼, 그런 역할을 한다.
나노 슈트는 UI를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일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큰 축을 담당하고 갖가지 능력을 주인공에게 부과한다.
방어에 치중해 단단해질지
스피드에 치중해 빨라질 지
힘에 집중해 근력을 강화할 지
스텔스 기능으로 은신할 지 선택할 수 있다.
유저는 본인 스타일대로 나노 슈트 기능을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 한다.
커스터 마이징이 가능한 총기류
아무리 나노슈트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총알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순 없다.
결국 주인공은 적들의 무기를 주워다가 써야하는데,
그 무기 부품을 가지고 총기를 커스터 마이징 할 수 있다.
평범한 소총에 저격 스코프를 단다던지, 레이저 스코프를 단다던지, 소음기를 단다던지, 본인 취향 껏 총을 개조해서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격스코프를 얻은 이후부턴 게임이 쉬워지는 듯 했다.
떡하니 써 있는 한글. 한국어 패치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 게임의 주적은 바로 북한군.
나중에 외계인이 나오기는 하지만…중후반까지는 북한군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
그 때문에 한글을 게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심지어 난이도를 올리면 북한군이 북조선말을 하기도 한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이 간나새X 어디갔어? 양키새X들!! 이런식으로 말하고 다닌다.
그리고 이 북한군은 나노 슈트마저 베낀다.
북한군 대장. 이 아저씨도 나노슈트 비슷한 거 입고 다녔던 듯
북한군과의 싸움 때문인지, 여러 탈 것이 존재한다.
트럭, 보트, 탱크, 비행기…
초반부에만 사용가능하기도 하고, 특별한 에피소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탈 것이 있기도 하다.
비중이 적은 것치곤 탈 것 퀄리티가 좋다.
아마 멀티플레이를 염두해두고 추가한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모든 탈 것은 나노 슈트가 보조해준다. 는 설정. 뭘 도와주는 지는 모르겠다.
탈 것에 맞는 UI만 보여주는 듯 한데...
마지막 쯤엔 비행기도 탑승한다!
겨우 북한군 상대하는데 나노 슈트가 있을 리가 없다.
중후반부터 외계인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제 북한군이 아니라 갑툭튀한 외계인과 싸워야 한다.
산에 묻혀있던 외계인 기지
멍청한 북한군 아저씨가 기지를 열어버린다
중후반 즈음, 외계인 기지에서 탈출하는 과정이 멀미를 유발한다.
기지 안은 무중력 상태라 상하좌우 개념이 없이 유영하는데, 길찾기가 조금 어렵다…
게다가 외계인과 좀 싸워야하는데, 계속 움직여서 맞추기도 힘든데다가 자칫하면 탄약도 부족해진다.
우어~~!
외계스러운 기지를 구경할 수 있다. 여긴 전투보단 퍼즐 풀듯이 진행해야한다.
외계인과 인사도 해주고…
후반부는 철저히 외계인과의 전투다.
북한군은 이제 불쌍해보일정도...
나노슈트 덕분인 지, 이때부턴 외계인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
나노 슈트 입고 외계인 무기 들고 싸우는 인간 병기
외계인 무기는 탄약이 무제한. 다만, 계속 쓰면 과열된다.
쏟아져 나오는 외계인들
후반부에 잠깐 아군 기지를 평화롭게 돌아다니는 기회가 있는데, 새삼 새롭다.
바로 전까지 계속 총 들고 치고 박고 싸우다가 이젠 유유히 걸어다니며 대화만 나누니…
그래픽보다 난 게임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나노 슈트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스토리와 게임성에 잘 녹아냈고,
북한군과 외계인의 싸움을 적절히 배치해서 지루해질 타이밍에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지전이 지루해질 때 쯤, 탱크와 비행기로 색다른 전투를 하기도 하고,
사람 같지 않은 외계인과 싸움도 하고,
전투보단 퍼즐 해결에 집중하게 하고,
덕분에 게임이 어중간한 느낌이 언뜻 언뜻 들긴 하지만,
워낙 각 부분의 퀄리티가 좋다 보니 싱글 플레이를 몇 번해도 할 만 하다.
사실 두세번 해봐서 게임이 이해가 가니까 좋은 평가를 내리는 걸 수도 있다.
한국어 패치도 있고, 한국말도 들리니 친근감도 느껴진다.
후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스토리도 흥미롭다.
그래픽과 게임성, 스토리 모두 만족스럽다. 적극 추천!
'리뷰 > 게임 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포니아 Deponia - 원숭이 섬의 비밀 같은 어드벤처 게임 (0) | 2017.04.26 |
---|---|
앨런 웨이크 Alan Wake - 미드 혹은 미스테리 소설 속 주인공이 되보고 싶다면? (0) | 2017.04.23 |
디비니티 2 Divinity 2 Developer`s Cut - 시장 백반같은 RPG 수작 (0) | 2017.04.18 |
오메르타 - 시티 오브 갱스터즈, Omerta - City of Gangsters 마피아인지 장사꾼인지 임대업자인지... (0) | 2017.04.07 |
게임 데브 타이쿤 Game Dev Tycoon - 게임을 만드는 게임 (0) | 2017.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