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알쓸신잡이 방영될 때는 몰랐지만, 알고보니 거기 나오신 분들이 대부분 책 한권씩은 쓰셨더라구요. 한권씩은 꼭 읽어보자 마음먹었는데,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영하 작가의 책만 한권 읽었본게 전부네요. 그것도 주 장르인 소설이 아닌 ‘여행의 이유’ 를 읽었더랬습니다.
아무튼 언제 한번 건축과 공간에 대한 책도 한권 읽어보고 싶다는 찰나에, 좋은 기회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책 초반부터 흥미롭더라구요. 항상 사람이 북적북적한 강남보단, 미로같은 골목이 매력적인 문래나, 조용한 초등학교 앞에 간간히 식당과 카페가 자리잡은 사당역 뒤편 등을 좋아하는 데요. 걷기 좋은 거리는 크고 작은 ‘이벤트’가 발생하는 곳이라길래 역시 사람 느끼는 건 다 비슷비슷하구나. 다만 특별한 취향은 가진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제목은 도시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엔 건축과 공간에 대해 쓰였습니다. 책을 점점 읽을 수록 건축은 ‘예술’ 영역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저자는 맺음말에 건축을 예술로 한정지으면 한계가 있다라고 말하지만, 현대 건축은 점점 더 예술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예술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우상화하는건 아니에요. 잘된 건축은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볼때 ‘잘됐다’라고 볼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어쩔 때는 아파트 같이 지금 우리가 보기에 단조롭고 자칫 흉물스러울 수 있는 건축물들이 후대엔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문화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세운상가와 같은 근대 건축물 중 하나는 없어지는게 낫다고 보던데요? 훌륭한 건축물은 그 상황에서만 어울린다는 저자의 말이, 시간과 공간을 대표하는 예술을 의미하는 걸로 귀결되는 거 아닐까요. 상황에 따른 해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것처럼요.
결국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건 ‘사람’이고, 공간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건 ‘시간’ 덕분인데요.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해도 잘된 건축이 나오기 힘들듯,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다고 삶이 의도대로 이뤄지진 않잖아요. 자연스럽게 지경을 넓혀가며 시간과 공간에 어울려야 저도 더 발전된 사람이 될수 있지 않을까요? 새해 첫 책에 이렇게 의미부여해봅니다.
아, 흥미로운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여행도 의미있는 장소를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첫 장 읽고나서, 심시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게임을 시작했어요. Anno 1800을 구입했답니다. 하루 왠 종일 플레이하고 나서 다시 쉬고있지만요. 책이나 더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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