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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BOOK]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 의도는 좋은데 말이지..

에티오피아에 가기 위해서 국제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던 무렵, UN에서는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줄이자'는게 골자였죠. 2000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며 함께 수립된 이 목표 때문에, 그 이후에 나온 국제 개발 관련 도서엔 이 목표와 개념이 심심치 않게 나와요. 그래서 그 성과는 어떠냐에 대한 건 차치하고, 2015년에는 새로운 의제로 대체되었어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한, 지속가능개발목표라는 걸로 말이죠.

 

사실 SDGs가 나왔을 때 탐탁치 않았어요. 그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걸 아는 일반인으로썬 허울만 좋은 느낌이었거든요. 일단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너무 많고 추상적이었어요. 모든 형태의 빈곤 종결,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 보장 등 큰 갈래만 해도 MDGs는 8개였는데, SDGs는 무려 17개에요! 물론 하나 하나가 중요한 목표이자 담의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남기기엔 15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은게 아닐까 싶어서요.

 

어쨌든 이런 선입견이 강했다면 책 제목에서 한번 걸렀을 텐데, 친환경적인 여행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가 너무 궁금해서 무심코 주문해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후회했죠. 탄탄한 근거와 풍부한 예시로 실천가능한 방법들을 소개해주길 바랬는데, 갖가지 문제와 각기 다른 솔루션을 나열하는 책이었거든요.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아니었구요.

 

표지만 보고는 기후 변화에 중점을 둔 책인줄 알았답니다

 

읽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내용은 친환경적인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일단 표지부터가 사라져가는 열대 우림을 시사하는 것만 같았고, 탄소를 절감하고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방법들이 있겠거니 생각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내용이 메인은 아니더라구요. 물론 여행업계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어마어마한다던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어떤 숙소를 이용하면 절감할 수 있다던가 라는 건 간략히 있었지만요. 오버투어리즘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현지 주민들(특히 여성들)에게 선순환이 되는 여행 프로그램과 방법들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탄소배출량이 적은 교통수단으로
가능한 오래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낯선 프로그램을 체험하자

 

책에서 권장하는 방법을 대략 요약하면 이정도에요. 

 

어디를 갈 것인가를 고민하면 사실 대부분 정해져있잖아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던 핫플을 찾아 간다거나, 항공편 할인에 이끌려서 간 우명 휴양지거나. 비행기도 그래요. 빠르고 편하지만, 환경에 안좋다는건 어렴풋이 알고 있잖아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1명의 승객을 1마일(마일이라니 세상에) 운송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은, 버스는 0.08kg, 기차는 0.19kg, 자가용이 0.53kg, 비행기는 0.83kg라고 해요.  또, 투숙객의 수와 비례하지 않은 비효율적인 운영방식 때문인지, 호텔 체인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숙소가 훨씬 덜 탄소를 배출한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에선 이미 이런 여행 방식의 문제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베네치아 같은 유명 관광지에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 안티투어리즘이 대두된진 꽤나 오래됐고, 스카이스캐너로 비행기를 찾을 때면 탄소 절감 비행기를 꼭 표시해주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북촌 한옥마을이나 제주도가 겪는 오버투어리즘 뉴스도 종종 나오고, 무슨 무슨 스테이 류의 숙소에선 일회용품을 덜 쓰는 어매니티를 볼 수 있긴 하죠. 하지만 세계 운항횟수 1위를 자랑하는 김포-제주 항공편을 보면 아직 우리는 크게 민감한 것 같진 않아요. 국내 여행 업계가 아쉬운 거죠 뭐. 지속가능한 여행을 고민하기엔 현생은 바쁘고, 여행지 물가는 비싸니까요. 소비자들이 전적으로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슷한 비용을 들여서, 덜 신경쓰지 않고, 높은 만족도의 친환경적인 여행을 할 수 있으면 누군들 그런 여행을 하지 않겠어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여유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성수기에 몰릴 수 밖에 없고 바가지를 피할 수도 없게 되죠. 실패확률을 줄이기 위해선 검증된 곳을 가야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모일 수 밖에 없구요. 해외여행도 그래요. 비행기 외에 대안을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기껏 길게 휴가를 내봤자 3박 4일인데, 배를타면..? 아이고야 상상하기도 싫네요. 

 

그런 면에서 은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국내 여행지들이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유행처럼 휩쓰는 작은 오버투어리즘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비행기는 덜 타잖아요? 매력적인데 숨겨진 곳을 주로 소개하는 편이여서 관광객들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키는 방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촌캉스나 북스테이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도 없는 여행 프로그램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걸요.

 

이 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다양한 솔루션과 대안에 우리나라 사례는 하나도 없다는 거에요. 실제로 그런 노력으로 살아남은 업체가 없는건지, 아니면 저자가 조사를 안한건진 모르겠지만요. 이런 친환경 관련 책을 읽으면 '문제는 알겠는데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라는 소감만 남거든요. 문제제기는 많은데, 그걸 다 감수하자니 정상적인 삶 아니 그러니까 일반적인 삶을 살기가 어려울 거 같다는 느낌만 들고 괜히 지치는거죠. 이 책은 더 그랬어요. 일상보다 여행에서 뭘 더 챙기기가 쉽지 않구나. 책이 아쉽다기보단 현실이 아쉬운거죠. 

책의 의도는 좋았으니,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다음 여행때 참고해보는 걸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싶어도,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나 유적지는 어떡하죠?? 영상이나 사진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감동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음 책은 이겁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10점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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