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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BOOK] 제안서의 정석 - 기획서의 정석 별책부록

저는 개발자에요. 유난한 직업적 소명을 가졌다거나 개발자라는 직업을 자랑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구요. 저의 업무를 요약하면 대충 이래요. '요건을 받는다. 어떻게든 구현한다.' 그러니까 저는 무언가 A부터 Z까지 만드는 일을 하지 않죠. 물론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없던 요건을 추가하기도(알아서 업무량을 늘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흰 도화지에 첫번째 선을 긋는 건 제가 할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했던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웬걸,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런 상황이 생겼지 뭐에요? 교회 바자회에서 구움자를 구워서 판매하기로 했는데, 예산처에 제안서를 내야하는 상황이 생겼거든요.

 

이 바자회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제안서를 만들어서 내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의사만 타진하고 대략적인 계획과 예산, 기대수익만 정리해서 전달하면 될 것을,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제안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어요. 문제는 제가 단 한번도 제안서를 써본 적이 없다는 거에요. 그동안 받은 기획서, 제안서를 보며 비판하고 질문하기만 바빴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 지는 도통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너무 막막해서 다시 한번 선배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책으로요. 올 초에 읽은 기획의 정석을 다시 읽어볼 까 했는데, 제안서의 정석이란 책도 쓰셨더라구요? 기획의 정석 실전편! 같은 느낌이었어요. 수학의 정석 문제은행 편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정도로요. 심지어 전자도서관에서 대출도 가능하길래 바로 빌렸어요. 그리고 노트북과 이북리더기를 챙겨서 카페로 갔죠. 책을 읽으면서 바로 즉시 노션에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지금 당장 써먹어야하는 상황인데, 분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죠. 

 

전자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책. 이북을 대여하는 건데도 대출 예약까지 필요했다.

 

이 책은 어느 한 생과일 착즙 주스 스타트업의 영업 제안서를 여러 관점으로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보여줘요.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제안서를 구상해야하는가 말이죠. 동일한 서비스를 가지고 말이에요! 기본적인 뼈대는 동일했어요. 제안서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기. 고객 입장에서 왜 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해야하는 지 납득시키기. 다른 비교군 대비 장점 설명하기. 등등. 결국은 기획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수단이더라구요. 기획서가 잘 정리된 페이퍼워크라고 한다면, 제안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상대방을 설득해야하는 프리젠테이션,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설명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하지 말라'는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개발자들도 서비스나 프로젝트를 설명해야할 때가 종종 있는데,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이나 자기가 잘 아는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듣는 사람이 쉽게 지치거든요. 그러기보단 왜 이걸 시작했는지, 동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발표가 훨씬 귀에 잘 들어오고 남는 것도 많더라구요. 

 

4시간동안 카페에 앉아서 집중해서 읽고, 제안서에 쓰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고 뼈대를 구성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이 제안서를 보는 사람은 예산처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정리하다보니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제안서가 어느새 저를 설득하기 위한 제안서로 바뀌더라구요. 이루고 싶은건 뭐지? 그저 재밌으라고 하는건가? 높은 수익을 위한 건가? 진짜 목적이 뭐지?

 

내가 아는 내용이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목적이 정리되고 나니 나름대로 당위성도 정리되고, 설득력도 생기더라구요. 그렇게 초안을 잘 작성했고, 도움을 받아 제안서를 완성해서 결국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후의 과정은 제안서와는 별개의 영역이니...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다음은 올해 열번째 책이에요!!
그동안 아껴놨던 책, 아니 이걸 책이라고 해도 되겠죠? 제가 텀블벅에서 펀딩까지 해놓고 아껴뒀던 책!
이제 보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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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스토 가르시아 지음, 하비 데 카스트로 그림, 엄지영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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