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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OPIA LIFE/여기저기

휴가 - 소포모라 동굴(sof-omar cave) 2

약속대로 우린 아침 7시반에 일어나 아침을 서둘러 먹고 8시에 소포모라 케이브로 향했습니다.

설마 비포장도로를 세시간이나 달릴까....했는데

정말 달리더군요 ㅜㅜㅜ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와이퍼를 고쳤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말이죠...세시간이 정말 걸리구요...에휴


비포장도로가 비에 젖으면 장난 아닙디다


중간에 고로라는 마을에 잠깐 서서 간식거리좀 사서 먹었죠. 상당히 평화로운 마을. 큰 도시와는 떨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순박해보였습니다(그 근거란...우리보고 악의적으로 짜이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없었음)


다시 출발!! 다행히 비는 그쳤습니다


11시쯤...드디어 도착!!!


사실 우리는 입장료가 없다는 정보를 알고 갔었습니다. 미국 평화봉사단원들에 의하면 꽁짜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가이드는 뭐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하구요...근데 차를 타고 입장하려하니 어떤 사람들이 막아서더군요. 외국인들은 입장료를 내야된다면서...현지인들은 꽁짜로 들어가야된다고 합니다. 근데 무슨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니고 양떼랑 같이 있는 사람들이 그냥 앉아 있다가 오는게 영 못 미더웠습니다. 이 관리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맞냐고 재차 물으니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기만 하고...1인당 70비르를 요구하더군요

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에이, 70비르는 그냥 내고 말지 라고 생각하던 도중, 우리의 언짢은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던 사람들이 조용히 200비르를 제시했습니다. 5명 200비르. 150비르를 깍아준거죠. 나 참, 진짜로 당당히 사무소에서 나온거면 깍아줄 리도 없을 텐데 말이죠.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도 싫어 그냥 200비르 내고 입구로 ㅎ


문제의 그 영수증


근데 10m정도 갔을까 다른 사람들이 차를 세우더니 또 돈을 요구하더군요. 위에서 돈을 낸거와 별개로 입장료가 있다면서....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표정이 찌그러지자, 렌트 차 기사가 현지어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싸워서 결국 입구까진 이동했죠.

근데 입구까지 이동해서 내리려 하자, 이제는 가이드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1인당 200비르를요. 허 참, 무슨 동굴에 가이드가 필요하냐 물으니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둥, 길이 여러 갈래라는 둥, 동굴이 너무 크다는 둥 온갖 거짓말을 하더군요. 결국 차에서 내려서 거짓말하지 말고 내 눈 쳐다보고 제대로 말하라고 윽박지르자 그 사람들이 당황하며 1인당 250비르로 올렸다가 150비르로 내렸다가 50비르로 내렸다가 말이 계속 바뀌더라구요.

결국 가이드 비용 없이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뭐 끝나고 팁으로 2명 각각 50비르씩 줬지만요


동굴 입구. 사람들이 많다더니 구경 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음


음...그래도 동굴은 이쁠거 같습니다.


이양


입구가 이런데 안은 어떨까...


구멍에서 사진도 찍어보고...근데 냄새가 겁나 더럽게 남


동굴 입구로 천천히 들어갑니다..사진은 동굴입구에서 바라본 동굴로 흐르는 강.


입구!



이거 보면서 조금 불안했음


구글에 sof-omar cave 치면 꼭 나오는 장소에 앉아 사진도 찍어봅니다



한번더!!! 뭐 동굴은 진짜 이뻤음


쩌어~~쪽으로 15km인가 봅니다. 신기한게 강이 동굴 안쪽으로 흐르고 있었어요


이런데는 조각배 하나 띄우고 노 저으면서 탐험해야할 거 같은데....




하...꽃보다청춘 라오스편에서 처럼 튜브나 배타고 돌아댕기고 싶었는데...


뭐 오래된 동굴은 맞나봅니다



벽도 만져봅니다



이얍!


근데 동굴이 너무 어두웠어요...당연히 동굴은 어둡지만, 관광용 동굴이라면 전등을 이리저리 설치해서 이쁜 조명 아래 관광객을 맞이해야 할텐데 조명이 있지만 단 한개도 켜지지 않더군요. 이 먼 곳까지 전기를 끌어왔으면서...전선이 든 파이프를 걸어다니는 길로 쓰고 있었음


그래서 사진 찍느라 힘들었죠



가이드가 이게 에티오피아 지도 모양, 혹은 아프리카 지도 모양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데.....별 감흥 없었음


이거 보고는 무슬림 모스크처럼 생기지 않았냐면서 자랑스러워 하던데...역시 감흥없었음


이건 감흥있었음..!!!!! 박쥐닷!!!!!!!!!!!


자칫 물려서 에볼라나 광견병걸릴까봐 조금 겁나기도 했지만 쪼그마한 박쥐가 귀여워서(?) 가까이 가서 정신없이 쳐다봤습니다


우왕!!!!!



동영상도 찍어봅니다



이제 나와야죠..


동굴 탐사!!!


나와서 다시 입구...



쩌어~~안쪽으로 길게 더 동굴이 있는 거 같은데...


...이렇게 보니 사진을 많이 못 찍었네요 ㅜㅜ 뭐 안에서 1시간도 채 있지 않았으니깐요.. 발레산에서 바로 오느라 카메라 충전도 못했고..


동굴은 생각보다 이뻤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세계 자연 유산으로 선정될 정도면...상당한 관광유산일텐데 이곳까지 오는 대중교통은 전무하다시피 하고, 관광객을 위한 책자는 커녕, 정식으로 파견된 사무소 직원도 없어보이고(가이드들이 사기치는건 이해함), 길은 비포장도로에, 동굴 길이가 15km나 된다면서 정작 사람이 다닐수 있게 만든 곳은 30분~1시간이면 끝나고..(500m도 안돌아 댕긴듯 합니다) 조명은 한 개도 안되고....

아직 에티오피아가 개도국이라 부족한 점은 많지만, 특히 이곳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제대로 관광지로 만들면 괜찮을 텐데 말이죠....

결론!!! 동굴은 이뻤지만 여기까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올 필요는 없다!!!!


어쨌든 한 시에 동굴 관광을 마무리 하고 다시 로베로 출발했습니다..

로베에 도착해서 점심겸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다시 아와사로 가는 게 계획이었죠.

근데 시간이 촉박할 거 같아서 기사에게 물어보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더군요..그래서 그런가보다..했는데

저녁까지 먹고 이 놈이 글쎄


자기는 피곤해서 오늘은 못 가겠다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애초 계약은 오늘 밤까지 아와사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냐 하니까 자기는 피곤하다고..그리고 밤에 운전하면 위험하다고...교통 법규에 어긋난다고 온갖 거짓말을 하더군요.

우리는 2시간 동안 기사와도 이야기하고 그 기사의 보스와도 통화하면서 싸웠지만 도통 말이 안통하는 상대였습니다...이러다가 계획에 없던 호텔 비와 시간이 버려지겠다 싶어서 그러면 호텔비를 내주던 지 애초 계약했던 돈에서 좀 깍든지 하자. 그리고 내일 아침 새벽에 출발하자고 말했는데 펄쩍 뛰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하...다시 생각만해도 빡칩니다


정리해보자면

1. 우리는 1박2일 5000비르로 계약을 했다

2. 이 친구도 동의했다.

3. 근데 이제와서 이 친구왈 1박2일을 불가능하다. 내일 아침에 가자!!


아무리 구두계약이라지만 이건 아니죠...

5000비르도 5000비르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기름값만 천 비르정도 따로 냈고, 호텔에서 또 묵으면 700~800비르는 더 나오는 건데 말이죠..

이 자식은 아무래도 이쪽이 자기 사는 동네라고 해서 마음 놓고 행동했던 거 같습니다...

그냥 다음날 새벽에 도망칠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일단 내일 아침 아와사로 가긴 가자 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새벽 4시....

가뜩이나 아침잠 많은데 일찍 일어나서 기분이 별론데 그자식 얼굴을 보니 더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그래도 뭐 어쩝니까 아와사는 가야죠. 아와사에서 1시에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거든요


아와사에 도착하니 8시. 우리는 동기 집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짐을 챙겨서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 자식은 당황하면서 쫄래 쫄래 따라오더군요.

우리는 생각 끝에 애초에 계약했던 5000비르가 아닌 4,000비르를 건냈습니다. 그러자 그 자식일 왜 4000비르 밖에 없냐고 묻더군요. 하...어제 2시간 넘게 실랑이 했던게 생각나 다시 한번 말하기도 귀찮고...해서 그냥 무시했습니다.

그러자 잠깐 호텔밖에서 서성이더니

차를 몰고 나가서 경찰을 불러오더군요


사실 우리는 꿀릴게 없었습니다. 이건 명백히 계약을 위반했다고 생각했고, 차 상태도 거지같았고 말이죠. 다만 문제는 오늘 아디스 아바바에 가야 한다..랑 여기서 경찰서가면 피곤할 거 같다...였습니다. 우리의 신분도 신분이니만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또 동기네 동네에서 소란피우고 싶지도 않았구요.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결과는

경찰은 그 자식 편이었죠

도리어 저한테 밤에 운전하는게 얼마나 위험하고 법규에 어긋나는 건지 너가 아냐고 하는 겁니다...참나 그럼 에티오피아에서는 밤에 운전하면 무조건 불법이랍니까?

애초에 출발하기 전에 밤에는 운전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면 우리도 충분히 감안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경찰과도 더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냥 1000비르 더 주고 끝냈습니다....경찰서가서 싸우고 법정까지가서 싸우면 우리가 이길수 있다고 생각했지만...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이길 수 있다는 생각 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나라에서 차를 렌트하려면 정부에 신고를 해야하는데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즉 불법으로 운전기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하...아름다울뻔 했던 에티오피아 남부의 추억이 무자비하게 구겨지고 말았어요.....순간 내가 왜 봉사하러 이곳에 왔는데 이따위 취급을 받아야되나는 생각도 들고....그냥 때리고 싶은 생각도 들고.....에휴..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납니다 ㅜㅜㅜ


에라 모르겠다 이제 다 끝난 일이니!! 마무리 해야죠


상황이 끝난뒤 찝찝한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이 와중에 맛있었음


스패니쉬 오믈렛!!!!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디스 아바바로 가기 위해 살람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아디스 까지 단돈 160비르!! 약 5시간정도 걸립니다 (아와사-아디스 아바바)


우리나라 우등버스와 고속버스 중간 즈음의 퀄리티

빵도 주고 물도 줍니다


외부는 이렇게 생겼죠


에티오피아에는 시외 고속버스 회사가 2개 있습니다. 하나는 살람, 하나는 스카이 인데요. 둘다 노선과 가격은 비슷한데 살람이 더 좋다는 의견이 있더라구요. 몇 년 전 스카이버스가 크게 사고를 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휴..그래도 무사히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했습니다.


아와사, 발레 산, 그리고 소포모라 케이브....정말 에티오피아 자연은 아름다웠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네요..뭐 어느 나라던지 그렇겠지만...그래도 섭섭하고 찝찝한 기분은 아직도 가지시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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